
여행과 나날
영화 · 미야케 쇼, 2025
일본 · 드라마 · 1시간 29분
어느 여름, 도시에서 온 여자는 한적한 바닷가에서 어머니의 고향을 찾은 남자와 우연히 만난다. 어느 겨울, 슬럼프에 빠진 작가는 눈으로 덮인 산속에서 홀로 여관을 지키는 주인장을 찾는다. 이는 몇 해 전, 한 감독의 제안으로 쓴 영화 시나리오를 떠올릴 때마다 여행에 대해 생각한다. 그리고 멘토였던 교수가 남긴 유품을 지닌 채, 말이라는 틀에서 벗어나기 위해 홀연히 여행을 떠난다.
포스트
영화 안에서 바람에 나무가 심하게 흔들렸다. 흔들리는 나무를 보면 숨을 크게 들이마시게 된다. 시원한 냄새가 나는 것만 같다. 영화를 보면서 픽픽 웃다가 울었다. 너무 예쁘고 가까이 있어서 그랬다. 장면이 바뀔 때마다 아 예쁘다 하고 자꾸만 미소를 지었다. 미소를 짓는데 눈물이 나왔다. 조용한 틈을 타 내가 쓰고 싶은 것이나 만들어 보고 싶은 것들을 생각했다. 그게 너무 많아서 기록해 둘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랬더니 전부 사라져 버렸다. 긴 꿈처럼. ”세수하는 물이 너무 차가워서“ 꿈을 다 잊어버린 주인공처럼. 영화관에서 나오자마자 차를 얻어타서 생각을 다 잊어버렸다. 그래도 좋았다. ”봄에나 찾을 수 있“대도 좋았다. 좋아서 눈물이 죽 흘렀다. 눈물 닦으며 깬 잠도 있었던 것 같다. 이렇게나 담백한 영화에 재기 발랄함이 꽉꽉 담겨있다니. “이렇게 즐거웠던 건 오랜만이에요” 하고 나도 주절주절 말이 길어진다. 눈 내리는 겨울 심야영화 보기는 연례행사가 될 것이다.
어쩌면 이제 이곳도 말로 가득 차 버렸을지도. 주인도 없는 빈 여관의 이부자리를 개고 빗자루로 바닥을 쓰는 그녀를 보며 느꼈다. "아, 이제 또 말로부터 발을 옮기시는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