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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스의 종말

에로스의 종말

책 · 한병철, 2015

“이 한 권의 짧은 책이 우리의 사랑을 바꿀지도 모른다” 전작 《피로사회》에서 ‘나는 할 수 있다’라는 성과사회의 명령 아래 소진되어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비판적으로 관찰하고, 《심리정치》에서 자유와 욕망까지 착취하는 신자유주의 시스템의 은밀한 통치술을 파헤친 바 있는 재독 철학자 한병철의 신작 『에로스의 종말』이 출간되었다. 이는 지난 2013년 독일에서 출간된 〈Agonie des Eros〉를 번역한 것으로, 오늘날의 세계에서 진정한 사랑이 위기에 처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 흥미로운 분석을 보여준다. 저자에 따르면 에로스란 ‘강한 의미의 타자, 다시 말해 나의 지배 영역에 포섭되지 않는 타자를 향한 것’을 의미한다. 사랑을 위해서는 타자의 발견을 위해 자아를 파괴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데, 전적으로 안락함과 나르시시즘적 만족 외에는 관심이 없는 오늘의 세계에서는 에로스적 경험이 있을 수 없다. 이에 저자는 에로스의 싹을 짓누르는 온갖 함정과 위협들을 집중적으로 살피며 숭고한 타자성에는 찬가를, “우울한 나르시시트에”는 가차 없는 비판을 가한다.

포스트

u4agii
u4agii10일 전

사랑을 잃는다는 것은 타자를 잃는 것이 아니라, 타자를 통해 발견한 나를 다시 마주하는 일.

namwoo
namwoo1개월 전

이 책은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에 기반한 나의 연애관을 확장하고 다듬어주었다. 프롬은 사랑을 배우고 연마해야 할 하나의 기술로 보았고, 나 역시 그동안 상대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사랑의 핵심으로 여겨왔다. 그런데 에로스의 종말은 이 노력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지점을 짚어주었다. 아무리 애써도 상대를 완전히 이해하거나 예측할 수 없다는 사실에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그 이해 불가능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사랑하고 존중해나갈 용기가 필요함을 깨닫게 해주었다. (아래는 에로스의 종말 내용 정리) 1) 현대 사회는 건강한 사랑을 자존감을 지키는 사랑, 상대에게 의존하지 않는 사랑, 서로의 경계를 존중하는 사랑, 감정적으로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관계, 나를 소모시키지 않고 오히려 성장시켜주는 관계로 정의한다. 그런데 이 모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관계의 궁극적 기준점은 여전히 '나'—나의 안정, 나의 자존감, 나의 성장—에 있다. 상대방은 결국 이 기준을 충족시켜주는 도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즉 타자를 진짜 타자로 만나는 게 아니라, 자아 항상성 프로젝트의 도구로 취급하며 자신의 건강과 안정을 도모하는 나르시시즘적 태도라는 것이다. 이 주장의 근거는 다음과 같다. 타자란 내가 가진 지식과 상식으로 이해·예측·통제할 수 없는 존재이다. 그런 존재와 진짜로 마주친다면 자연스럽게 충돌, 재난, 흔들림, 위험 같은 부정적 감각이 따라올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관계 속에서 이런 불편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면, 두 가지 중 하나이다. 그런 존재와의 마주침 자체를 회피했거나, 상대에게서 사실은 이해 가능한 자기 자신의 모습만 보고 있는 것이다.

atopos
atopos1개월 전

그야말로 한병철다운 사랑론 “에로스는 강한 의미의 타자, 즉 나의 지배 영역에 포섭되지 않는 타자를 향한 것이다.” “내가 갈망하는 타자, 나를 매혹시키는 타자는 장소가 없다atopos. 그는 동일자의 언어에 붙잡히지 않는다.” (18, 멜랑콜리아) ”사랑은 “인간에게서 고유한 본성을 빼앗고 그에게서 타인의 본성을 불어넣는다.” 바로 이러한 변신과 상처가 사랑의 부정적 본질을 이룬다. 하지만 오늘날 사랑이 점점 더 긍정화되고 길들여짐에 따라 사랑의 부정성도 희귀해져간다. 사람들은 자기 동일성을 버리지 않으며 타자에게서 그저 자기 자신을 확인하려 할 따름이다.“ (51, 벌거벗은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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