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많이 보고 있어요 (안미옥 시집)
책 · 안미옥, 2023
2012년 동아일보로 등단해 2017년 첫 시집 『온』을 출간한 뒤 가장 뛰어난 첫 시집에 수여하는 김준성문학상을 수상하고 2019년에는 현대문학상을 잇달아 수상하며 평단과 독자들의 기대와 신뢰를 한몸에 받아온 안미옥 시인, 그의 세번째 시집을 문학동네시인선 187번으로 출간한다. 소시집 『힌트 없음』 이후 3년 만이다. “언어가 닿을 수 없었던 막연한 느낌들이 가시적인 실체로 다가오고 몸속에서 운동하고 있는 알 수 없는 사건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상상하게 된다”(김기택 시인), “자신의 삶을 오래 매만진, 그리고 자신이 속한 공동체를 오래 바라보고 삭힌 마음이 간단하고 명징한 이미지로 제시되어 있는 점은 ‘안미옥스럽다’고 할 만했다”(장석남 시인)는 평을 받으며 현대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지정석」 외 6편의 시와 “이 시는 새로운 사전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 같다”는 평을 받으며 선정된 시소 프로젝트(자음과모음) ‘2022 봄의 시’ 「사운드북」 등 총 46편의 시가 3부에 나뉘어 실려 있다.
포스트
다정하기로 마음먹은 나는 때때로 아주 오래 머물기도 해
본다는 건 어떤 걸까? 그리고 그것을 “많이” 본다는 건 또 어떤 걸까? 안미옥 시인의 『저는 많이 보고 있어요』를 마주하고 가장 오래 머무르게 되었던 질문이다. 종종 나는 무언가를 오래 그리고 많이 보고 있다는 걸 깨달을 때가 있다. 그 시선 속에는 늘 마음이 담겨 있다는 것도 느낄 때가 많은데, 많이 보는 행위는 어쩌면 그만큼 마음을 쓰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감지 않고 응시하는 건 대체로 용기가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마주하게 될 삶의 장면이 무엇이 될지는 모르지만, 그게 무엇이든 잘 보고 또 정확히 보고 뒷걸음치지 않겠다는 것이기에. 하지만 시인은 자신이 보고 있는 게 전부라고 판단하지 않는다. 오히려 오류 혹은 오해의 순간까지 객관적으로 보는 태도를 지니고 있다는 걸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데, 이러한 지점이 안미옥이라는 시인을 더욱 신뢰할 수 있게 한다. 언젠가 이 시집에 관한 코멘트를 <‘나’에서 ‘나’로>라고 짧게 기록해 놓은 적이 있다. ‘나’가 본 것들은 바깥에 있는 것들이지만, 그것들을 통해 얻게 된 여러 층위들의 무언가를 소화하여 남게 되는 건 결국 ‘나’로 귀결되는 것 같다고 느껴서. 시인의 사유가 나를 조금 더 곧은 사람이 되고 싶게 했던 작품이다.
여름 동안 케이크는 자꾸 무너진다 부서지지 않고 무너지니까 내게도 마음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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