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틸 라이프
영화 · Uberto Pasolini, 2013
이탈리아, 영국 · 드라마 · 1시간 32분
홀로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의 장례를 치르고, 지인들을 찾아 초대하는 직업을 가진 존 메이. 런던 케닝턴 구청 소속 22년차 공무원인 그의 주 업무는 잊혀진 의뢰인의 유품을 단서 삼아 아무도 듣지 못할 추도문을 작성하는 것이다. 매일 같은 옷을 입고, 같은 길로 출근하고, 같은 일을 반복하며 혼자 살던 그에게 어느 날 예상하지 못한 의뢰인이 나타난다. 존의 아파트 바로 맞은편에서 살던 ‘빌리 스토크’가 죽은 채 발견된 것. 같은 날 회사로부터 정리해고를 통보 받은 존은 자신의 마지막 의뢰인인 ‘빌리 스토크’를 위해, 처음으로 사무실에서 벗어나 전국을 돌아다니며 그의 삶을 뒤쫓기 시작한다. 비록 알코올중독자로 홀로 생을 마감했지만 풍부한 역사를 가졌던 빌리 스토크의 인생은 단조롭던 존의 일상에 변화를 가져오는데...
포스트
주인공의 정물화(still life) 같이 정갈한 일상의 반복 속에 조용히 찾아오는 삶과 죽음
무연고로 죽은 사람들의 장례를 치러주는 구청 공무원. 그가 해고되기 전 마지막으로 담당하게 된 사망자의 지인들을 찾아가 장례 소식을 전하는 이야기. . 어렸을 적 이 영화를 보곤 뭔지 모를 의무감에 시달렸다. 우리 삶은 이렇게 잊혀지고 만다는 것. 그것이 나를 '잊혀지지 않을만큼 충실한 삶'이란 허상에 매달리게 만든 것이다. 항상 사람, 기억, 경험, 자료 등에 집착하고 그 안에서 어떠한 존재감을 차지하려 버둥댔다. 지금이라고 크게 다르진 않다. . 예전 부산에서 Christian boltanski의 개인전을 본 적이 있다. 그는 신문 부고란에서 평범한 사람들의 사진 수천 장을 모아 '이제 아무도 기억하지 못 한다.'고 했다. "사람은 두 번 죽는다. 숨이 멎을 때 한 번, 그의 사진을 보고도 기억하는 이가 없을 때 또 한 번." -Christian boltanski. . 기억, ... 누군가의 추억이나 상처로, 기쁨 또는 슬픔으로. 혹은 지식이나 논리로, 동감 또는 반박으로. 모든 이에게 다르게 기억될 우리는 결국 우리를 만났던 모든 이들의 죽음과 함께 한 번 더 죽는다. . 영화는 이 기억되는 삶의 지점을 짚어낸다. 도대체 우리의 생과 살아가는 방식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나의 죽음을 기억하는 이 아무도 없어도, 그저 구청 공무원 하나만이 나의 장례식에서 추도문을 읊어준다해도... 우리는 그것으로 된 것일까? . 다만 기억될 욕망이 종적 보존의 욕망으로 치환되어 자녀를 남기고자 하는 것일까? 내 아이와 내 아이가 낳은 아이들이 결국 나를 기억하게 되는 방법일까? 하지만 난 증조할아버지 이름도 모른다. . 분명히 기억되고 싶다. 어떠한 사람으로서 바라는 모습이 있느냐고 하면... 정확히 모르겠지만. 내가 만들어내고 남긴 모든 춤과 사진과 조각들이 나를 기억하는 방식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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