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에 봤던 <백만 엔걸 스즈코>도, 오늘 본 영화 <초속 5센티미터>도 좋았던 것은 그저 출발을 택하는 결말이다. 실은 그가 정말로 나의 오해를 풀기 위해 내가 간절히 바랐던 사랑을 고백하려 힘들게 왔고, 땀에 흠뻑 젖었고, 여럿 아슬아슬하게 엇갈렸고, 그러다 정말 운명처럼 눈이 마주치고 서로를 알아봤지만. 간절했지만. “그럴 리가 없지.” 하고 출발하는 이야기라서 좋았다. 간절히 바랐던 진짜를 가뿐히 믿지 않고서 출발하는 그들에게는 분명, 분명 비슷한 얼굴과 모양과 냄새와 감정의 일들이 찾아올 테고, 웃을 테고, 끼니를 챙겨 먹을 테고, 바다에 갈 테고, 다정한 사진을 찍을 테고, 아름답다고 읊조릴 순간들이 있을 테니까. 바라던 진짜를 등진대도 분명. 안 봐도 비디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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