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이 지루했다면 크로넨버그의 설계에 정확히 자리한 것.
기술과 미디어의 대리경험으로 감각이 포화한 세계에서 자동차 사고는 거대한 진동, 살을 짓이기고 뼈가 쪼개지는 긴장이자 충격이 됩니다. 그렇기에 인물들은 절대적 절정을 향한 시도를 반복하죠.
이 시도의 끝이 필연적으로 죽음이라면, 영화의 형식 자체도 거기 물들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인물의 몸은 우아하고 권태롭게 조명되며, 그 무동성으로 이미 죽음을 닮아 있습니다.
크로넨버그의 작품 세계는 인간이라는 종이 너무 낡았다고 여러 번 말해왔죠. 프로이트가 말한 ‘모든 생명의 목표는 죽음이다’를 떠올려보면 왜 낡은 인간의 두 번째 살이 기계여야 했는지 맞아떨어집니다.
무기물과 결합된 유기물은 비생물, 꼭 죽음과 같은 상태일 테니까요.
이 작품의 후손인 줄리안 뒤쿠르노의 <티탄>을 함께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겠어요. 티탄이 이 융합의 끝을 뜨겁고도 기괴한 탄생으로 밀어붙인다면, 크래시는 같은 자리에서 프로이트의 말 위를 차갑게 공회전합니다.
— 2026년 6월
댓글
ixixxyve3개월 전
저 크로넨버그의 작품은 데드 링거랑 데인저러스 메소드밖에 못 봤거든요 와미님 글 읽으니까 이것도 너무 궁금해졌어요 티탄도 엄청 흥미롭게 본 영화인데 티탄과 같은 주제를 먼저 다뤘다니 이걸 몰랐네요.. 크로넨버그도 하는 장르가 장르인지라 소재들이 늘 재미있어 보여요
thisiswami3개월 전
@ixixxyve 말씀하신 두 작품 다 은조님 취향이 잘 느껴지는 작품 같아요. 분석적이고 아슬아슬한! 크래시도 좋아하실 것 같은걸요? 크로넨버그가 티탄이 크래시보다 낫다고 했다던데, 한 번 보시구 같이 비교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저도 티탄이 더 재밌긴 했답니다… 아무래도 티탄은 아기를 가지기 때문일까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