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클로이가 내 쪽으로 몸을 기울이더니 입을 맞추며 속삭였다. “너 또 길 잃은 고아 같은 표정을 짓고 있네.” 전에는 아무도 내 표정을 그렇게 부른 적이 없었지만, 클로이가 말하는 순간 갑자기 그 말이 그때까지 내가 느끼던 혼란스러운 슬픔에 딱 들어맞는 표현이 되면서, 내 우울도 조금은 덜어지는 듯했다. 나는 그 말 때문에, 내가 스스로 정리할 수 없었던 느낌을 그녀가 알고 있다는 것 때문에, 기꺼이 내 세계로 들어와 나 대신 객관화해주었기 때문에, 그녀에게 사랑을 느꼈다.
“너를 이런 식으로 미워할 수 있다는 게 기분 좋아. 네가 이것을 받아들이니까 마음이 놓여. 내가 너한테 꺼지라고 말 하면 너는 나한테 뭘 집어던지기는 하지만 떠나지는 않거든. 그게 안심이 돼.“ 우리는 서로 소리를 지를 필요가 있었다. 우리가 서로 소리지르는 것을 견딜 수 있을지 없을지 보기 위해서라도 그런 과정이 필요했다. - 서로 파괴하려고 해보았자 소용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우리가 안전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터였기 때문이다.
일단 한쪽이 관심을 잃기 시작하면, 다른 한쪽에서 그 과정을 막기 위하여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는 것 같다. 구애와 마찬가지로 떠나는 일도 과묵이라는 담요 밑에서 고통을 겪는다. -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에 대한 응답을 강요하려고 여러가지 꾀를 부리기도 하고, 그 앞에서 폭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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