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트로폴리탄 라이드
영화 · 김준영, 2026
대한민국 · SF · 30분
높은 취업의 문턱을 뚫고 마침내 취업에 성공한 수빈은 첫 출근길에 떨리는 마음으로 회사 엘리베이터에 탄다. 하지만 가야하는 7891층까지는 아직 수빈 앞에 수많은 난관이 존재한다. AI가 인간과 예술을 점점 위협하게 되던 지난 2년여의 기간 동안 묵묵히 미니어처와 세트를 활용한 100% 아날로그 형식으로 제작된 수작업 SF.
포스트
영화의 줄거리는 너무너무 간단하다. 주인공은 이제 막 취업에 성공한 사회 초년생이다. 출근을 하려면 엘리베이터 타고 회사가 있는 곳까지 올라가야 하는데, 회사가 무려 7891층에 있단다. 시간은 촉박한데, 엘리베이터는 천천히만 올라가고(여기서 신기한 점은 엘리베이터가 자동이지만, 엘리베이터를 조종하는 운전기사 할머니가 있다는 점이다), 난관은 첩첩산중이다. 과연 우리의 불쌍한 주인공은 모든 난관을 뚫고 무사히 7891층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인가?! 라는 것이 영화의 주된 내용이다. 주인공의 목표는 명확하다. ’7891층에 가야 한다. 출근 시간에 늦지 않게.‘라는 점이다. 영화는 우리 사회 단면을 살짝 뒤틀어, 차츰 쉽게 식상해질 수 있는 요소들을 아주 기발하면서도 창의적으로 표현한다. 그래서 영화 속 세계가 우리가 사는 ’현실 세계’와는 정말 너무나도 다르면서도 미묘하게 같다고 느껴져서, 처음엔 이질적이어도 금방 익숙해진다. 주인공이 탄 엘리베이터는 우리가 매일 타는 지하철을 그대로 옮겨와 수직으로 세워둔 것 같다는 인식을 준다. 엘리베이터를 2호선으로, 가령 7891층을 삼성역이라 한다면 거의 의미가 통한다고 봐도 될 정도로 이 영화는 직관적으로 맥락 없이, 무의식적으로, 무기력하게 끌려가는 현대 사회 무력한 직장인들의 모습을 이렇게 다르게 보여줌으로써 자칫 식상하고 뻔한 이야기가 될 수 있었던 주제를 정말 탁월하게 풀어냈다고 생각한다. 영화는 하지만 동시에 도전하는 자의 열정과 노력은 빛이 난다는 점도 놓치지 않고 있다. 역설적으로 영화 속 대부분의 사람들이 목표도 없고 의지도 없고 열정도 없이 기계적으로 내가 7891층에 가는지 7891층이 날 끌어올리는 건지 알지도 못할 정도지만 일단 잠은 깨야겠으니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지 않으면 좀비처럼 맹한 상태로 살아가는 모습으로 연출되고 있어서 그런 주인공의 모습이 더욱 대비되어 보인다. 결국 영화는 두 가지의 주제가 같이 올라가고 있는 것이다. 주인공의 목표를 향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집념과 노력에 대한 찬사, 그리고 아무런 의미도, 목적도 없이 그저 맹목적으로 이끌리는 대로 살아가게 된 우리 공동체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가 그것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이런 주제를 끝까지 신선하게 끌고 갈 수 있었던 이유는 물론, 감독의 연출도 한몫을 했고 배우들의 연기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생각하지만 반드시 소품과 의상, 미술에 대한 부분을 놓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영화의 시대가 근미래처럼 묘사되고 판타지적임과 동시에 표현적인 면이 중요하다 보니 외적으로 보이는 것들에 상당히 공들인 것이 그대로 느껴질 정도로 멋진 소품과 의상 디자인, 그리고 세트 디자인이었다. 특히 모든 것들을 100% 수제로 만들었다고 하니 약간의 허술해 보였다고 느껴졌던 미술들도 매력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솔직히 인공지능에 프롬프트 몇 줄 입력하면 그럴싸한 장면들이 우수수 쏟아지는 이 시대에 이런 수작업을 보여주다니, 더욱 빛나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약간 아쉬운 점을 뽑자면 같은 장면이 너무 여러 번 나온다는 느낌도 살짝 들었고, 초반 장면들은 조금은 덜어내도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이 모든 걸 수제로 힘들게 만든 자식 같은 소품들과 장면들인데, 편집을 하며 마치 자기 살점을 뜯는 것 같은 고통이 수반되지 않았을까… 이해가 가서 단점이라고까지는 못하겠다. 영화를 만든 김준영 감독의 인스타그램이 있어서 들어가 보았더니, 해당 영화를 만드는 데 무려 2년 가까운 시간이 들었다는 것을 알게 된 후론 더더욱.. 그저 대단하다는 생각뿐이다. (그리고 어쩐지 미술이 범상치 않다 했더니, 평소 그림을 자주 그리는 데다가 실력이 장난 아닌 분이었다) 결론적으로 꽤 재밌는 영화였고 30분 정도 되는 시간이 5분처럼 지나갈 정도로 몰입해서 본 단편영화다. 다음에 또 이런 재밌는 영화를 찾길 기대하며…
죽다살아도 7891층 올라가겠다는 수빈과 진즉 퇴사할 걸!!하고 바로 빠른 퇴사 갈기는 할머니 아무래도 숫자 속에서 사는 것 보단 하와이가 좋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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