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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항문에 사보타주

대통령 항문에 사보타주

책 · 홍지운, 2024

dcdc 작가를 세상에 널리 알린 전설의 걸작, 10년 만에 재출간! 신작 〈직상 상사 항문에 사보타주〉 수록! 대통령의 항문이 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유인즉슨 멀쩡한 항문을 두고 대통령이 입으로 똥을 싸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인데요, 이에 대통령은 항문의 거침 없는 말을 막기 위해 30센티미터짜리 대형 딜도를 자기 항문에 꽂아 넣습니다. 분노한 항문은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의 실정을 성토하는데요…. 구 dcdc, 현 홍지운 작가를 세상에 널리 알린 전설의 걸작 〈대통령 항문에 사보타주〉를 10년 만에 다시 세상에 내놓습니다. 이 소설이 다시 유의미한 메시지를 품게 되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공포스러운 일입니다만, 진정 공포스러운 것은 우리가 우리의 삶의 의미를 모른다는 것이고, 이 책에는 작가의 그런 공포를 담은 작품들을 모았습니다. 〈대통령 항문에 사보타주〉 복간을 기념한 신작 〈직장 상사 항문에 사보타주〉 역시 이 책에서 최초로 공개됩니다.

포스트

wonjongha2004
wonjongha20042개월 전

대통령 항문에 사보타주. 이 책은 내가 지금껏 읽어온 책들과는 확실히 다르다. 제목부터가 몹시 발칙한 이 책의 내용은 제목에 걸맞게 몹시 발칙한(positive) 상상력들의 총집합이다. ​ 책의 줄거리는 굳이 말하지 않겠다. 궁금하다면 동네 도서관에서 빌려서 보거나 직접 돈을 지불하고 사서 읽어보길 바란다. ​ 나만 당할 수 없다는 게 아니고, 이 책은 실제로 그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 하지만 줄거리를 아예 쓰지 않고 다짜고짜 돈 내고 읽어보라 하는 것은 마치 용산 전자상가의 용팔이들이 선량한 소비자들을 겁박하는 것과 별다를 바 없는 것 같으므로 간단하게 줄거리를 설명해 보려 한다. ​ 주인공은 두 명이다. 대통령과 대통령의 항문. 이렇게 보니 주인공은 한 명이라고 할 수도 있고 두 명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고.... 아무튼 어느 날 대통령이 모종의 사정으로 대변을 보기 위해 화장실에 앉았다가, 똥이 나오지 않아 손가락으로 항문을 찌르자 항문이 말을 하기 시작한다. ​ 왜 항문이 갑자기 말을 하기 시작했느냐 하면 대통령이 항문에 사보타주를 하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단순히 그가 5개월 동안 대변을 보지 않아서 사보타주를 했다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이 거기로 싸야 할 똥을 입으로 싸고 있으므로, 이것은 항문에 대한 직무유기이자 항문에 대한 중대한 사보타주라는 것이다. ​ 그래서 각 부처 장관들과 관료들이 모두 소집되어 비상 회의가 열리지만 뚜렷한 해결책은 나오지 않는다. ​ 그러면서 이제 이 항문의 입을 닫게 하려고 온갖 방법을 동원하는데... ​ 일단 줄거리는 여기까지 하고,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간단한 감상을 적어보자면, 작가는 정말 미친 사람인 게 분명하다. 뒤편 작가의 말을 보면 어렸던 시절에 생각했던 소재들을 두고 스스로도 천재라고 생각했고, 그 생각들은 세상 물정 하나도 모르던 시절 하던 치기 어린 오만한 생각이었다고 하는데, 이것마저도 기만으로 느껴질 만큼 극도의 발칙한 상상력이라 할 수 있겠다. 정말 너무 끔찍하게 좋게도 이 책에는 해당 글 한편으로 완결되는 중편 소설이 아니다. 나도 사고 보니 알았는데, 단편소설집이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단편이 아주 좋았다. ​ 특히 좋았던 단편은 '202X 뽁뽁이 대량 학살사건에 대한 보고서'다. 이 책의 첫 단편인데 난 처음에 이 글도 '대통령 항문에 사보타주' 서문인 줄 알고 '대체 항문 이야기는 언제 나오는 거지?'라는 스스로도 하기 싫은 생각을 하면서 책을 읽어야 했다. 다행히 아예 다른 작품이었다는 걸 다시 목차로 돌아가서야 알게 되었다. ​ 이 책에는 항문에 대한 심도 있는 묘사가 들어간 작품이 총 두 편 나오는데 두 작품은 형제 작품이라 할 수 있는 것이 작가가 '대항사'(대통령 항문에 사보타주의 줄임말)를 새로 출간하는 기념으로, 후속 격인 작품을 만든 단편이 같이 수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음, 후속편은 여전히 번뜩이는 상상력이긴 했는데, 어, 작가가 의도한 것이겠지만 솔직히 내용이 좀 더러웠다. 묘사를 너무 잘해서 책에서 냄새가 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혹평 같지만 극찬이다. ​ 만약 책을 읽으며 다음 페이지에 어떤 내용이 나올지도 모자라 어떤 단어가 이어질지도 갈피를 못 잡을 것 같은 느낌을 받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는 것을 적극 추천한다. 이 소설들은 너무 창의적이고 너무 재밌어서 읽으면 다른 책들이 밋밋하고 미지근하게 느껴진다. 난 아무래도 글렀다. 이제 다른 책은 더 못 읽을 것 같다. ​ 혹시나 오해할까 봐 덧붙이자면 이 책이 처음부터 끝까지 똥 이야기나 항문 이야기만 주구장창 하다가 끝나는 건 결코 아니다. 그런 내용이 다른 내용에 비해 조금 많긴 하지만 그래도 선을 적절히 넘은 것 같다. 선을 지키진 않는다. 선을 넘는데, 딱 이 정도면 적당히 좋겠다 싶을 정도다. ​ 글을 쓰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절절히 느끼고 있다. 앞으로도 글을 쓰면서 글이 만만하게 느껴질 날은 아마 오지 않을 것 같다. 즐기면서 글을 쓰는 것과 좋은 글을 쓰는 건 안타깝지만 별개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좋지 않은 글을 즐기면서 썼다고 해서 그 행동이 의미 없다는 건 아니다. 좋은 글을 쓰든 똥 같은 글을 쓰든 쓰면서 즐긴다면 그거면 된 거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는 좀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다. 좋은 글을 쓰는데 그 과정이 고통스럽고 즐겁지 않다면... 아, 근데 그것도 쓰고 보니까 그것 나름대로 의미가 없진 않겠지만 글쎄, 과연 그런 사람이 계속 글을 쓸 수 있을까...? 그리고 그 글에 만족할 수 있을까...? ​ 내가 볼 때 이 책을 쓴 작가는 전자에 해당하는 것 같다. 전자 중에서도 즐기면서 좋은 글을 써 내려가는 사람 같다. 그래서 읽으면서 나도 글을 쓴다면,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아니면 이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도 글을 쓰는 작가로서의 순간이라면 이런 느낌으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그럴 것 같다. 내가 쓴 글을 아무도 안 읽어도 괜찮다. 좀 슬프긴 하겠지만. 혹평을 해주면 오히려 고맙다. 무평보단 나으니까. 다만 창작을 하면서 내가 즐겁고 행복했다면 그것으로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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