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woo_5개월 전
가장 좋아하는 사진 작가를 물어본다면
비비안 마이어라고 말한다.
오래전 어느날 나는 물을 마시기위해 방에서 나왔다.
부엌으로가서 물을 마시고, 다시 내 방으로 돌아갔는데
거실에는 엄마가 혼자 저녁 뉴스를 보고 있었고
나는 신경도 쓰지않고 내 방으로 돌아와 문을 닫았지만
방으로 돌아오는 그 찰나의 순간 무의식중에 들었던 TV의 소리
"전시..필름..경매..사진 어쩌구"
나는 침대에 걸터앉았다가
머릿속에서 그 소리가 지워지기전에 빠르게 다시 일어나서
거실로 나갔다.
"엄마 방금 뉴스에 나온 전시 소개 뭐였어? 누구야?"
"몰라 미국사람....?"
....다시 방으로 돌아와서 머릿속 단어들을 검색을 했고
비비안 마이어의 전시라는 걸 알게되었다.
그래서 성곡미술관이라는 곳에 처음 전시를 보러갔다.
나는 종종 전시를 보면 시기와 질투를 한다.
아름다운 작품들, 명언 같은 멋진 글귀들, 근사한 미술관
그래 그래 당신은 너무 잘났어요 아주 아주 멋지네요 대단해요
그런 느낌
물론 전시를 즐기고 좋아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저렇게 생각할 때도 있다.
그런데 비비안 마이어의 전시를 보았을 때는 그런 느낌이 전혀 없었다.
그때에 든 생각은 아주 오래전 50년대에 인스타그램 같다고 생각했다.
물론 지금 인스타그램 속 거의 모든 사람들이 사진작가고
모든 사람들이 카메라에 능숙하고 모든 사람들이 작품같은 이쁘고 멋진 사진을 찍어 올리지만
내가 그 전시를 보던 당시에는 사진을 정방형으로 밖에 올리지 못하는 인스타그램에
누구나 그냥 아무사진이나 올리고
일상을 공유하는 느낌이 남아있었고
그래서 그 전시는 아주 오래전에 찍은 비비안 마이어의
개인 인스타그램 사진들을 보고있는 느낌이었다.
정방형의 사진들과 짧은 영상들
전시하기위해서,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닌
주변에 대한, 사진에 대한, 자신에 대한 호기심과 욕구로 촬영한 느낌
보여주려는 목적이 없으니 다른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찍고
자기자신을 위해서 사진을 찍었다는 생각 때문에
아주 솔직하게 느껴졌다.
난 솔직함이라는 것을 선망하니까..
그냥 순수하게 카메라를 대하는 느낌이 들었다.
자신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해서 찍어본 것 같은 사진들
사건 사고의 상황에서 촬영한 사진들
동의 없이 몰래 촬영한 거리의 사람들의 사진들 같은..
뭔가 지금은 윤리적인 문제들을 지적할 수도 있지만
그 당시 비비안 마이어는 그런 생각도 하지않고 사진을 찍었고
그게 아주 개인적이고 솔직하게 보이니까..
작가로 활동하지도 않고
그렇게 많은 사진들을 찍고
누군가에게 보여질 사진들이 아닌
오로지 개인적으로 촬영한 사진들이라는게
진짜 솔직한 사진들이고
순수하게 카메라를 다룬 사람이라고 생각이 들어서
더 좋아하게되었다.
처음 전시를 보고 난 후에 이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고 나서는 더 좋아졌다.
저장강박증 같은 나와의 공통점 같은 것도 찾고..
아무튼 그런 사진들이 더 귀엽고 재미있고 멋지기까지하니까
보는 재미도 있고 자극도 되는데
사후에 아무 연고도 없는 사람에 의해서 사진들이 공개되고
자신의 의지로 전시를 하는게 아니니까
훔쳐보는 느낌이 들어서 약간 미안하기도 하고..
처음 전시를 본 후 진짜 엄청나게 오랜 시간이 지나고
그라운드 시소 성수에서
두번째로 비비안 마이어 전시를 보게 되었는데
처음 봤던 느낌과는 전혀 다르게 꾸며진 전시였고, 규모도 더 커졌다.
처음 성곡 미술관에서의 전시는 규모가 작았지만
담담하게 비비안 마이어의 일생을 설명하고 객관적인 사실들을 나열한 느낌이었는데
당연히 비비안 마이어를 예술가라고 생각하지만
그녀가 생전에 작가로는 활동하지 않았었는데
이번에 본 전시에서는 뭔가 다른 작가들의 전시와
비슷하게 꾸며진 느낌
비비안 마이어에 대한 여러가지 멋진 해석이나,
다른 사람들의 아주 좋은 축전과 평가들
그리고 벽에 쓰여진 다른 작가들의 명언들이 포함되어있는 것들이 그렇게 느껴지게 했다.
당연히 내가 전시큐레이팅 같은 걸 평가할 수는 없지만
그냥 오래전 성곡미술관의 전시를 처음 봐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보게된 이유부터 운명처럼 생각하게 되니까 ~
아무튼 비비안 마이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