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3urvox5일 전
우리는 다양성 존중이라는 명목으로 두터운 성벽과 완고한 성지를 만들고 있는가?
정욕은 절대적 다수자(특히 번식욕구를 가진 이성애자)가 ‘바른 욕망(正欲)’을 지닌 자만을 인정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배경을 두고서, 우리가 행하는 진보와 혁신이 검열과 여과라는 모습으로 멋대로 누군가를 밀어내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 책에 나오는 사사키 요시미치, 기류 나쓰키, 모로하시 다이야 그리고 데라이 히로키까지 넓은 스펙트럼의 아쿠아필리아 (물 페티시즘, 흐르는 물이나 분출하는 물 등에 성적으로 흥분하는 성향)을 지닌 인물들이다. 이중 히로키는 그저 눈물에 흥분하는 정도로 본인을 이상성욕자로 규정하지도 않으며, 오히려 이런 부류를 이탈자로 분류하고 배척하는 성향이 훨씬 강하다. 히로키 같은 시선으로부터 숨을 참고 몸을 숨기며 살아온 요시미치와 나쓰키의 연대에 대한 열망이 행동으로 옮겨지면서 이야기는 그들에게 가장 비극적일지도 모르는 방식으로 매듭지어진다.
나의 경우 인적 대상이나 동물 등 생명에 관한 페티시즘에는 거부감이 강하다. 사실 연고도 없고 연정이 있지도 않은 사람에게 성적 욕구를 느끼는 것에도 거부감이 강하다. 그래서인지 결말의 일부 묘사를 제외하면 불쾌감 없이 재밌게 읽었다.
다만, 이 아쿠아필리아들의 고충과 고독, 연대라는 표면을 파해치면, 독자는 어쩌면 각자가 다르게 태어나서 다르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다시 눈치채곤 내면의 고독으로 책속의 그들과 연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도 모르게 받아적은 문장들이 수두룩했던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