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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Queen Of Diamonds)

섬 (Queen Of Diamonds)

곡 · 검정치마 · 2019

크레딧

포스트

bluehour
bluehour1개월 전

검정치마는 그 자체로 하나의 장르입니다. 수많은 명곡이 있지만, 오늘은 '섬'을 소개하고 싶어요. 이성 문제로 유독 힘들고 공허했던 시기, 이 곡은 제 마음을 그대로 대변해줬습니다. 곡은 사소한 장면들로 시작합니다. 해가 짧아지며 하나둘 켜지는 불빛의 쓸쓸함. 티비 소리만 요란한 방 안에서 점점 짧아지는 대화. 물음에 대답 대신 돌아오는 샤워기 물소리. 별것 아닌 순간들인데, 그 안에 관계의 균열이 조용히 쌓여갑니다. 그리고 이 균열은 밀물과 썰물이라는 비유로 응축됩니다. "너 사는 섬엔 아직 썰물이 없어." 상대에게 밀려온 것들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그대로 짐으로 쌓여가는 상태, 이보다 정확한 표현이 있을까요. 후반부에서는 그 섬조차 가라앉고, 남겨둔 것들이 물 아래서 녹슬다 사라질 거라는 이미지로 이어집니다. 관계가 끝나가는 과정을 이렇게 담담하게, 그리고 이렇게 아프게 그릴 수 있다는 게 놀라웠습니다. 실제로 이 노래가 사무쳤던 순간은 여자친구와 제주도로 여행 갔을 때였어요. 여행은 분명 좋았습니다. 그런데 그 이면에 뭔가 본능적인 공허함이 함께 있었어요. 이 사람과의 미래에서 밝은 그림이 그려지기보다, 오히려 제가 짊어져야 할 부담과 넘어야 할 관문들이 더 선명하게 보이는 여행이었달까요. 언젠가 이 관계가 끝날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 그리고 거기서 오는 우울함과 좌절감. 그 감정을 안고 이 곡을 들었을 때, 멜로디와 밀물, 썰물의 이미지가 그 시절의 저와 정확히 포개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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