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와 침묵, 그리고 공백만으로 채워진 공간.
근래 본 영화 중 가장 감각적인 작품이었다. 침묵과 빛의 조절만으로 감정과 상황을 묘사해낸다는 것에 감탄했다.
제작사와의 갈등으로 인해 결국 ‘남쪽으로 가는 여정’을 끝내 촬영하지 못했다고 하는데, 오히려 그 미완성이 이 걸작의 핵심을 완성했다고 생각한다.
<애프터썬>에서의 아버지가 우울증이라는 현재와 싸운다면, <남쪽>의 아버지는 끝내 벗어나지 못한 과거와 씨름한다.
영화를 보고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나는 에스테렐라의 시선으로 다시 작품을 되짚어보았다. 매 순간이 혼란이었고, 나였다면 진작 아버지에게 묻고 따졌을 텐데.
항상 빛나지만, 끝내 닿을 수 없는 존재. 딸의 이름을 ‘에스테렐라’, ‘별’이라고 지을 때부터 예정된 운명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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