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려면 두 가지만 알고 있으면 된다. 자신에게 필요한 사람은 누구인지, 그 사람이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인지.“
극 중 황회장의 이 대사는 어쩌면 이 작품을 관통하는 말을 했을지도.
이 작품 속 모든 인물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타인에게 기생하는 모습을 보인다.
민호는 병두를 필요로 한다. 건달영화의 레퍼런스를 얻기 위해 그는 병두가 필요로 하는 첫사랑 ‘현주’와의 만남을 주선해준다. 하지만 얻을 것을 다 얻고 난 뒤에는 병두의 이야기를 영화로 개봉시키며 그를 곤란하게 만든다.
황회장 역시 병두가 필요했다. 그의 사업은 현장에서 발로 뛰며 독기가 있는 인물을 필요로 했다. 가족과 식구들을 건사할 돈이 부족했던 병두에게 그는 큰 돈을 약속하며 그를 이용한다. 하지만 황회장 역시 병두의 영화사건이 터지며 일이 곤란해지자 그를 토사구팽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 두 중심인물들 사이에서 병두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인다. 병두 역시 그가 필요로 하는 인물들을 포착하고 그속에서 기회를 잡으며 둘과 비슷한 모습을 보이는듯 하나, 그에겐 작품 속 곳곳이 숨어있는 순수함이 눈에 띈다. 병두는 앞서 말한 두 인물들 사이의 관계에서 그들관 다르게 쌍방향적 교감을 느끼며 그들에게 진심을 꺼내 보여준다.
민호에게는 단순 영화적 레퍼런스를 주는 것을 넘어 자신이 벌린 살인을 허심탄회하게 실토하기도 하고, 황회장에게는 일이 잘못됐을 당시 모든것을 자신이 책임지고 황회장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겠다고 본인이 약속한다.
자신에게 필요한 사람이 필요로 하는것을 제공하며 서로 도움을 받는 관계는 표면적으로 보면 문제가 없어보인다. 그래서 이 작품은 타인이 자신에게 필요 없어지게 되거나 , 자신이 필요로 하는것을 타인이 제공해 주지 못할 때를 주목하게 한다. 비열함은 이 시기에 싹 트기 때문이다.
민호는 병두의 영화를 개봉시키며 병두가 필요 없어지게 되었다. 황회장은 병두의 이야기가 영화로 퍼지게 되어 자신의 사업이 위험에 처할 것을 느끼자, 병두가 이제는 자신이 필요로 하는 것을 제공할 인물이 되지 못한다고 판단한다. 두 인물 모두 서로 필요한것을 주고 받던 관계에서 자신이 얻을 과실이 없어지는 순간 타인을 내팽개치는 비열함을 보인다.
이 작품의 비극은 두 인물의 비열함 앞에 당도했던 병두에게서 보여진 순수함에서 기인한다. 이 거리에서는 모두가 철저히 비열하다. 어쩌면 비열함으로 가득한 이 거리에서 병두의 유일한 실수는 일말의 인간성과 순수함을 남겨둔 탓이 아닐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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