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sh – 취향의 기록과 축적, 연결
Tofubeats의 ost를 비롯해 처음으로 영화의 리듬을 체험했던 영화. 운명이란 무엇일까? 여러 겹의 우연이 겹치면 우리는 그것을 운명으로 인식한다. 그러나 그 운명의 의미가 강할 수록 내 삶을 지배한다. 점차 벗어날 수 없는 속박이 된다. 끝내 일종의 체념적 정서가 삶을 지배한다. 이를 탈피하는 방법은 충격과 균열이다. 일상의 리듬을 깨뜨릴만한 강렬한 사건. 여기서 감독은 재난으로만 여겨졌던 동일본 대지진을 활용한다. 동일본대지진은 아사코가 료헤이를 바쿠가 아닌 다른 존재로 처음 마주하게 만들었고, 그들을 묶는 시작점을 만들어준다. 마침내 아사코는 바쿠라는 운명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신의 발걸음으로 나아간다. 우리는 아사코의 선택을 보며 인생과 자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묻게 된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내게 영화는 한 장면으로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남겨놓은 듯했다. 바로 설거지다. 아사코와 료헤이는 식사 후 함께 설거지를 한다. 그때 아사코는 자신이 가진 죄책감을 털어놓는다. 료헤이는 이를 포용한다. 둘은 서로에 대한 마음이 커진다. 그러나 이 장면 이후 아사코는 그를 버리고 바쿠와 함께 떠난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다. 료헤이는 더 이상 그녀를 신뢰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사코는 함께 하자고 말한다. 이제 두 사람이 해야할 일은 무엇일까? 설거지다. 둘의 관계는 위태로워졌다. 의심, 불안, 트라우마가 내포되어있다. 그릇이 이미 더럽혀진 셈이다. 그러나 그 더러움은 동시에 둘의 사랑이 있었다는 일종의 흔적이다. 그들이 함께한 식사시간처럼. 그러니 마지막 강물을 바라보며 료헤이는 더럽다고 말했지만, 아사코는 그렇지만 아름다워라고 말했을테다. 운명에 이끌려가던 아사코는 마침내 이 시선을 통해 주체적으로 살아갈 존재가 되었음을 암시하며 영화는 마친다. 아사코를 비추어보며 나에게도 큰 터닝 포인트가 되었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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