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너무나도 대단한 앨범을 발견해버려서 이 앨범에 대한 글을 쓰지 않을 수가 없다.
나는 평소 음악을 자주 듣는 편은 아니다. 음악을 듣고 싶다는 느낌을 받을 땐 있는데, 하도 잡생각이 많아서인지 어느샌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가 아, 내가 아까 음악 듣고 싶어 했었지? 하고 깨닫는 식이다.
보통 그렇게 생각의 굴레에 빠져 있다가 진짜 음악을 듣는 건 한 이틀 뒤 정도..? 이것도 사실 평소 생각을 잘 안 해봐서… 그렇다. 나는 참 뭐든 잘 미루는 것 같다.
그래서 아무튼 어제도 평소와 똑같이 오늘은 블로그에 무슨 글을 써야 할까 이러쿵저러쿵 생각하면서 누워 있는데, 또 갑자기 음악을 들으려 했던 과거의 내가 떠오른 것이다.
여러분들은 보통 음악을 어떻게 듣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몇 년 전부터 계속 유튜브 뮤직으로 음악을 듣고 있는데, 유튜브 뮤직을 처음부터 써와서 그렇기도 하고, 다음 음악 추천해 주는 알고리즘도 (사실 다른 사람들이 스포티파이가 제일 좋다느니 뭐니 하는데 난 정말 잘 모르겠다.) 계속 듣기엔 좋다고 생각해서 계속 이걸로 듣고 있다.
그렇지만 사실 가장 큰 이유는 우리 집 가족 계정으로 무임승차하고 있어서다.
아무튼, 그렇게 음악을 듣다가 최근 빠져든 ‘음성녹음‘의 ’나의 여름을 들려줘’로 시작해서 계속 쭉쭉 유튜브가 주입해 주는 노래를 듣고 있는데..
갑자기 퐉!!!! 푝!!!!
찌리릿~~
음악을 들으면서 이런 감각을 느낀 적이 얼마 만인가. 하면서 허겁지겁 제목과 아티스트를 확인했다.
복도식 아파트
주혜린.
오오… 제목도 아주.. 뭔가 좋다.
뭔가 있어 보이는 좋음이 아니라 창작자가 아주 깊은 심연 속에서 찾아낸 그 깊은 고뇌와 인고로 만들어 낸 놀라운 즐거움이 느껴진다.
그리고 다음에 바로 이어지는
미장원.
두 곡을 잇는 놀라운 트랜지션의 맛… 반드시 이 두 곡은 연달아 들어야만 한다.
이것은 마치…
이것은 마치 격렬한 파도와 비바람이 몰아치는 배링 해 위에서, 미친 듯이 흔들리고 빗방울이 뺨을 때리는 원양어선 위. 조지 클루니를 닮은 선장이 갑판 위로 올라온다.
번쩍!
번개가 번득이자 선명히 보이는 선장의 앞치마.
‘대광 수산‘
그의 붉은 앞치마가 바람에 격렬히 휘날리지만, 선장은 소나무처럼 한 치의 미동도 없이 번개에 비친 눈빛만 번뜩이고 있다.
거침없이 난간으로 향하는 선장! 곧 날아갈 것처럼 휘청거리던 나를 집어삼킬 듯 다가오더니 손에 가까스로 들려 있던 낚싯대를 가차 없이 낚아채버린다.
그리곤 즉시 낚싯대를 들어 올리는 선장.. 낚싯대는 활처럼 휘어버리다 못해 마치 곧 꺾여 부러질 것 같지만, 선장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 순간 미친 듯이 줄을 감아올리기 시작하는 선장. 와이어가 올라가는 소리인지, 낚싯대의 비명인지, 그것도 아니면 미끼를 문 녀석의 발악인지 가늠이 안된다.
이 모든 것들이 처마 정리되기도 전에, 벼락처럼 해수면 위로 무언가 떠오른다.
다시 한번 번뜩이는 하늘에 선연히 비치는 그것의 동공. 그 동공 안에 여전히 성난 파도가 섬뜩하게 휘몰아치고 있다.
칠흑 같은 그 수심에서 끌어올려낸 그놈은 아직도 분을 삭이지 못한 듯 격렬히 몸을 뒤튼다. 그제야 입가 끝에 희미한 미소가 서리는 선장.
“세팅해.”
스스로도 조지 클루니를 닮았다는 것을 알고 있음이 분명하다.
일사불란하게 준비된 현장. 선장은 물고기를 도마 위에 정확히 올려놓고 용암도 얼려버릴 것 같이 차디찬 바닷물을 간결하게 흩뿌린다.
그리고 이어지는 극악무도한 칼질..!
그의 손길은 거침이 없다. 다음 행동이 시작되기 전에 이미 어디로 갈지 다 알고 있는 것 마냥, 행동과 행동, 동작과 동작 사이에서 그 어떤 간극이나 공백이 느껴질 틈이 없다.
홀린 듯 그의 전투를 관망하던 내 벌어진 입에 어느새 끌어 올려졌던 물고기의 살점이 들이친다.
그 끝없는 어둠의 심연 속에서 나온 눈처럼 흰 살점이라니! 당장에 살아 움직여도 전혀 이상할 것 없는 이 음식이 정녕 내가 알던 그 회가 맞단 말인가.
이것이 진짜구나. 굳이 말하지 않아도, 증명하지 않아도 모두가 알게 되는 이 보이지 않는 선연한 선포다. ’이게 진짜다.’
천천히 씹어본다. 맛을 느껴본다. 굴려보기도 하고 꼴깍, 침을 삼켜보기도 한다. 이 모든 행동 하나하나가 놀라울 정도로 천천히 이뤄지지만 결코 느리다고 느껴지진 않는다.
온몸을 충격적으로 휘젓는 놀라운 맛. 방금 전까지 사투하던 그 격노의 파도가 지금 내 입안에서 출렁이고 있다.
그 파도의 태고로부터 온 한 생명의 끝이 지금 이 안에서 산화하고 있다.
이 앨범을 처음부터 끝까지 단숨에 감상하며 느낀
감상은 마치 이런 느낌이었다.
정말 환상적인 곡들이다.
이것이 디깅이라는 것의 맛이구나.
나만 이 배에 탈 순 없다.
여러분들도 꼭 한번 승선해 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