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sh – 취향의 기록과 축적, 연결
생소한 작법이 만들어낸 거대한 음악적 콜라주(Collage) ‘플런더포닉스’라는 작법을 아는가? 샘플링이랑 비슷하지만 다르다 샘플링은 기존에 녹음된 소리의 일부를 가져와 새로운 음악에 사용한다 반면, 플런더포닉스는 기존의 녹음물 자체를 변형하고 반복시키거나 재배치하여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 작법이다 플런더포닉스는 기존 음원을 가져오는 것 자체를 미학으로 삼는 만큼 어떻게 보면 음악계의 현대미술이다 그럼 ‘Since I Left You’는 왜 플런더포닉스의 0티어일까? 우선 이 앨범에는 3000개가 넘는 샘플이 사용되었다 수백, 수천 개의 음반, 광고, 영화, TV쇼 등의 소리를 잘게 잘라 새롭게 이어 붙임과 동시에 한 트랙과 다른 트랙이 하나의 음악처럼 이어진다 단순히 엄청난 양의 ‘샘플 모음집’이 아닌 트랙 사이사이 ‘페이드 인 - 페이드 아웃‘의 과정을 거쳐 마치 물 흐르듯 하나의 여행과 같이 이 앨범을 경험하는 효과를 부여했다 ’유기성‘ 또한 이 앨범의 장점이다 4번 트랙 'Two Hearts In 3/4 Time'은 바로 전 트랙 ‘Radio'와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고 5번 트랙인 ‘Avalanche Rock'과의 유기적인 연결을위해 트랙의 끝에 천천히 분위기를 탈바꿈 시킨다 이 앨범에서 내 최에 트랙은 뭐니뭐니 해도 'Frontier Psychiatrist'이다 코미디언 듀오 ‘Wayne & Shuster‘의 대화를 중심으로 구성된 힙합 곡인데 배경의 저음질인 그들의 대화 소리, 폭팔음과 스크레치 소리 등은 'MF DOOM'을 떠올리게 했고 둔탁하고 반복적인 드럼소리는 ‘DJ Shadow'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실제로 20주년 버전에는 ’MF DOOM‘의 리믹스가 들어있다!) 또한, 중간중간 튀어나오는 무분별하고 짧고 강렬한 샘플들이 곡 구성을 예상 불가능하게 만든다 이렇게 쉴 틈 없이 바뀌는 곡의 구성은 마치 앨범의 컨셉을 관통하는 듯 앨범 커버와 같이 강한 파도를 해쳐나가는 작은 배처럼 느꺼진다 앨범 전체에 퍼진 유기성을 정면으로 돌파하며 비슷한 사운드로 통일이 되어 자칫 지루할 수 있던 부분을 새롭게 환기시켜주는 곡이다 ‘100점’짜리 앨범인가? 아니다 하지만 몇 안되는 ’유일무이‘한 앨범인 점에는 틀림없다 나는 샘플링이든 플런더포닉스든 이러한 인스트루멘탈 앨범들을 굉장히 좋아한다 그런 앨범들을 듣다보면 그들이 고심하며 여러 사운드들을 조합하고 연구해보는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얼마나 좋은 앨범을 만들고 싶은지 또, 음악에 대한 그들의 사랑이 얼마나 두터운지 느껴진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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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원래 알고 있던 앨범이긴했는데 가볍게 들어서 앨범 안에 이런 작법이 있는지 몰랐네요 🙇‍♀️다시 들으면 좀 귀를 쫑긋 세우고 들을 거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