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로 발달한 산업은 다른 모든 영역의 쓸모를 잡아먹는 방식으로 자신의 정합성을 증명한다.
<밀회>의 완전함은 번성한 산업에서만 볼 수 있는, 무자비하게 확장된 인프라에서 온다.
언론이 방기한 엘리트들의 정치와 속물성을 드라마가 대신 기록했다. 이야기가 본디 정보와 매혹을 함께 선물하는 것이었음을, 드라마의 본질이 핍진성으로 카메라라는 거리감을 뛰어넘는 데 있음을 동시에 증명하면서.
괴물 같은 이 작품은 드라마가 기자의 자리, 교수의 자리, 예능인의 자리, 연인의 자리까지 얼마나 태연히 대신할 수 있는지 보여냈다.
<밀회>를 비롯해 안판석 감독이 한국 드라마에 남긴 것은 불편함을 견디게 하는 우아한 연출과, 문제적이고 담대한 각본의 조율이다.
인물의 천박함은 비웃으면서도 그 감정만은 끝까지 설득하는 커다란 품. 그를 세상에 드러낸 것이 산업이었고, 한국 드라마의 무서운 가능성은 그를 만나고 비로소 증명되었다.
서로가 서로의 증거였다. 이제 한국 드라마는 안판석이라는 아름다운 증거를 잃었다.
안판석 감독님께서 또 한 번 즐거운 사색을 시작하셨기를 바라며, 감독님의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던 마음으로.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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