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sh – 취향의 기록과 축적, 연결
놀란의 영화는 가끔 시나리오보다 영화의 기술적인 측면에서 더 주목받는 부분이 큰데, 아무래도 이번 작품도 영화 전체를 아이맥스 필름으로 촬영하고 CG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또 한 번 기술적인 성취로 많이 화자될 것 같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번 작품을 통해 놀란이 각본상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가장 크게 들었다. 모두 호메로스의 <오디세이>는 세세하게 잘 알지는 못해도, 트로이 목마에 대해서는 알 정도로 크리스토퍼 놀란이 그리는 이야기는 수천 년 동안 널리 퍼진 이야기이다. 그럼에도 놀란이 굳이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라, 이 오래된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었다는 건 그만큼 <오디세이>를 통해 지금 시대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오디세우스를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영웅으로 기억하지만, 과연 오디세우스는 진정한 영웅이었을까? 승리를 위해 제우스의 법(크세니아)을 깨뜨리고 그를 따르던 병사 시논에게 거짓말까지 했던 오디세우스는 진정한 영웅적 인물일까? 그래서 오디세우스가 이타카로 돌아가기까지의 10년 여정은 단순한 귀향과 모험담이 아니라, 그가 전쟁을 통해 상실한 인간성을 회복하고 속죄하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영화에서는 호메로스의 <오디세이>보다 신들의 개입을 의도적으로 줄여 아테나를 제외한 제우스나 포세이돈같은 올림푸스의 위대한 신이 등장하지도 않고, 폴리페모스나 스킬라 같은 괴물들도 필요 이상으로 영화적 과장을 하지 않았다. 또한 원작에서는 풍요롭고 신비롭게 묘사되는 키르케와 칼립소의 공간도 일부러 황량하고 정제되게 표현해서 작품의 신화적인 이미지를 강조하기보다 오디세우스라는 한 인간의 서사, 그리고 그 인간의 회복에 시선을 두려고 했던 것 같다. 수천 년 전 일어났던 트로이 전쟁 이후에도 지금도 끊임없이 전쟁과 갈등이 이어지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놀란은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진정 인간답게 살아가고 있는가?‘ 라는 가장 원초적이면서도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결국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인 ’제우스의 법‘은 신의 법이라기보다, 서로를 환대하고 인간다움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가장 오래되었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가치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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