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무것도 몰라서
그냥 변신이라는 sf 장편 소설을 생각했는데
단편들이 모아져 있었다.
(역시나 창작을 멈출 수가 없는 도대체가 떠오르는 생각들을 멈출 수가 없어서 창작을 할 수 밖에 없는 천재였나보다)
그 중에 굴이 가장 인상깊었다.
굴을 파고 사는 어떤 생명체의 독백이자 일기같은데
그냥 정신 나갈 것 같은 소설이었다.
폐소공포증 정신분열증이 느껴지는 이야기이다.
화자인 그 생명체는 일단 굴을 파기 시작했고,
그것이 어떤 불안감들을 주는 위험요소들로부터
안정을 느끼고 편안함을 주는 안식처를 만드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멈출 수가 없다.
하지만 그 행위를 지속한다고 해서 불안감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럼에도 완벽히 불안감에서 해방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타협하고 여러 불안 요소들을 애써 무시하며
그저 믿고 굴을 파는 행위를 지속할 수 밖에 없다.
여러 구덩이와 길들을 제대로 완벽하게 마무리하며 굴을 팠는지에 대한 걱정들,
굴을 파는 소리가 바깥의 천적에게 새어나가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
다른 곳에서 들려오는 소리들에 대한 공포,
굴 속이 바깥보다 안전할까에 대한 의심과 불확실함들 속에서
굴을 판다.
파고 있던 길을 되돌아가 올라가보다가 다시 내려가서 굴을 파고
혹시나 모를 만일의 사태에 대해 상상하며 대비를 해보려 하다가
굴을 다시 파고…지나온 불안한 요소들에 걱정을 해보다가
굴을 다시 파고…
읽다보면 그냥 미친거 같다.
하지만 도대체 무얼 말하는 걸까하고 읽다보니 우리 같다.
어느순간 나는 일을 하고 있다 일을 해야한다고 생각하니까.
일을 해야 안식을 얻을 수 있으니까.
그렇게 일을 하며 돈을 벌면 불안이 해소될까 생각하지만
여러 불안 요소와 걱정들이 밀려드는 것은 막을 수 없다.
그것들에 대해 끊임 없이 생각하고 불안해 하지만
일을 멈출 수 없다. 굴을 판다.
지금 일이 나에게 가장 안전함과 안식을 가져다 주는 게 맞을까?
이 보다 더 나은 일을 찾아봐야할까? 이 정도 수입이 혹은 이 일이
미래에 다른 위험들에게서 나를 보호해 줄 수 있을까?
수입이 아니라 내 성취나 만족을 위한 다른 수단을 찾아야할까?
모든 불안과 공포를 생각하지만 일을 하고 있다.
타협하고 합리화하며 지금이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하며 일을 한다.
굴의 화자인 생명체 처럼
다른 위험에 대비한 방도를 생각하며 최소한의 준비를 하며
일을 한다. 굴을 판다. 계속 계속
이 이야기의 전개속에 위기나 결말따위도 없어서 더 공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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