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전부인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늘 경계해 왔는데, 나는 결국 사랑 앞에서 무너지는 사람이 된다. 나와 다름을 이해하기 위해 내 상처를 방치하고, 이해의 한계점에 다다를 땐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로 스스로를 속여 보고.
언젠가 이해하기로 결심했다는 이야기를 누군가로부터 들었을 때 나도 모르게 ”엄청 사랑하는구나”라고 중얼거렸다. 결심까지 한 이해는 이해로 작동되기까지 수많은 멈춤과 나아감을 반복했을 테니까. 누군가는 그들에게 그건 너 자신을 갉아먹는 거라고, 건강한 관계가 아닌 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원래 사랑이 그런 거잖아. 응, 맞아. 그런 거야라는 혼잣말로 나는 내가 가진 사랑을 지켜본다.
이기리 시인의 『젖은 풍경 잘 말리기』는 주저 없는 사랑에 대해 말한다. 아니, 주저하게 되더라도 결국 주저하는 걸 기꺼이 실패하는 사랑에 대해 말한다. 젖은 풍경이더라도 잘 말려서 “우리”의 모든 순간에 “우리”를 부단히 그리고 켜켜이 채워 나가고자 다짐한다. 그 순간이 “우리”의 끝이더라도 말이다.
최근 들어 유독 사랑은 받는 게 아니라 주는 것이라는 말을 자주 마음속에 품는다. 그 말을 품음으로써 타인을 더 품어주기 위해.
내가 가진 사랑을 잘 빚어서 너를 온마음으로 사랑하고 싶다는 다짐을 무조건적으로 결심하게 하는 『젖은 풍경은 잘 말리기』. 두고두고 꺼내봐야지. 그래야 지치지 않고 계속 너를 사랑할 수 있으니까. 응, 그러니까라고 나는 다시 한번 더 혼잣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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