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sh – 취향의 기록과 축적, 연결
에쓰코는 분명하게 미친 여자인데 정작 이 소설에서 에쓰코의 정서는 문제되지 않지만 그의 계급이 문제가 된다. 에쓰코가 상류 계급의 여성만 아니라면 이 소설에서 일어나는 갈등들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을 거다.. 에쓰코는 자신의 지위 아래로는 내려오지 못하는 여자다. 남편이 외도를 했을 때도 그 앞에서 자결하겠다는 시늉 한번 해 봤을 뿐이지 시원하게 맞다이 까지를 못한다. 남편이 중병에 걸려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되자 속으로 은밀하게 기뻐하며 그의 병이 낫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아니, 미쳤기 때문에 이상한 방향으로 주체적이기는 하다. 대병원에 가야 한다는 의사의 말에 일부러 남편의 병세 악화를 원하지 않으니 환경 변화를 주고 싶지 않다고 하고 남편과 외도한 여자들이 병문안을 오게 만든다. 남편을 사랑했던 여자들이 남편의 추한 꼴을 보며 경악하기를 바라며 그 장면들을 제 눈에 똑똑히 새기고 주체적으로 고통을 받는 여자다. 에쓰코가 하인 사부로를 사랑했을 때 또한 똑같다. 에쓰코가 하류 계급의 여성이었다면 그냥 남성에게 몸을 던졌을 거다. 사부로가 하인만 아니었더라도 야반 도주라도 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이번에는 계급의 상하가 뚜렷한 관계에서 마음이 피어 버렸고 에쓰코가 할 수 있는 건 그에게 몰래 새 양말을 사다 주는 짓 같은 거다. 사부로가 자신과 같이 집을 돌보는 하녀 미요와 장난을 치고 연애 놀음을 하는 걸 보면서 은밀하게 고통받는 것밖에는 하지 못한다. 에쓰코는 이 고통이 지난하다고 느낀다. 차라리 남편의 그때처럼 크고 뚜렷한 고통으로 사부로를 인식하기를 원한다. 정말 미친 여자다 싶은데 이게 다 에쓰코가 타고난 계급에서 오는 정신적 잠금이라고 생각하면 또 이해가 가기도 한다. 결국 이 문제 때문에 에쓰코는 내가 짐작하고 있던 것보다도 더 나아간 결말로 치닫게 되는데 이쯤 되면 이런 여자를 쓴 미시마 유키오가 미친 게 아닌가.. 일본 고전들에서 보이는 특유의 퇴폐주의나 유미주의들을 보고 있으면 꼴값 떤다는 생각밖에 안 드는 쪽인데 사랑의 갈증을 읽고 이 작가에게 매우 큰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도파민 중독자인 나는 이런 이야기를 쓰는 작가라면 얼마든지 읽겠어요. +에쓰코의 행위와 정서 위주로 감상을 적었지만 이만큼 사람의 마음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드는 데에 미시마 유키오의 섬세한 문체도 한 몫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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