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홍진은 무엇의 오타쿠일까? 크리처 오타쿠도, 무속 오타쿠도 아니다. 그는 완벽주의 자체를 사랑한다.
그 사랑을 가장 잘 담아내는 경험은 이미 데뷔작을 통해 완성되어 버렸다.
<완벽한 도미 요리> 후의 작품들은 틀을 깨는 것도 다듬는 것도 아니다. 서로 이어지지 않고 저마다 완결되는, 독특하게 분절된 작품 세계에 의미가 있다.
그의 신작을 이전 작들의 연장선에서 읽으려는 시도가 매번 엇나가는 이유다.
댓글
thisiswami2개월 전
이 평은 사실 <호프>에 대한 감상이기도 하다. 호프가 크리처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크리처를 다루는 이들은 그 존재가 인간 사회와 빚는 유격을 사랑한다. 그런데 호프 속 외계인들은 이 유격에 대한 입장 자체가 없다. 입장이 없다는 것은 그들과 내가 다름에 따르는 ‘나의 반응’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그것은 논리적으로 ‘그들과 내가 다르지 않음’이 된다. 호프의 전반부가 전시 상황에서 적에 대해 학습 받고,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이들을 공격하기 위해 투입되는 병사들의 상황과 똑같음을 생각해 보면 외계인들이 ‘인간과 다르지 않은’ 태도를 가진 것이 쉽게 이해된다. 적군은 도깨비나 악마가 아니라 같은 인간이기 때문이다. 호프는 괴수물이 아니라 전쟁 영화에 가깝다. 그렇다면 나홍진은 전쟁 영화를 만들고자 한 걸까? 그것도 아니다. 결국 질문은 꼬리를 물다가 한 자리로 돌아온다. 완벽을 사랑하는 그가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것은 데뷔작에서 이미 완결되어 있다. 나홍진의 모든 작품들과 같이, 호프는 이전 작과 비슷하거나 더 나은 작품이기를 목표로 할 수 있는 영화가 아니다. 작품의 모호성은 오래 전에 결정지어졌다. 그래서 호프에 대한 이해를 〈완벽한 도미 요리〉로 대신 한다. — 2024년 7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