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이 유명하다는 건 어디서 흘러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정확히 왜 유명한지는 알지 못했다. 그것을 증명하는 이유 중 하나는, 내가 이 책이 장편 소설인 줄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러다가 우연히 부대 안에 있는 아주 작고 아담하고 아늑한 컨테이너 독서실에서 이 책이 덩그러니 놓여 있는 걸 발견했다.
(적어도 내 주변 사람들이 말하기로는 ) 유명한 책이었다. 그게 내 앞에 놓여 있었다. 그래서 읽었다. 그리고 그제야 장편 소설이 아닌 단편 소설집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혼모노‘는 성해나 작가의 단편 소설 일곱 작품이 들어 있다. 차례대로 읽고 난 후 느낌에 대해 짧게 적어보려 한다.
길티 클럽: 호랑이 만지기
영화와 영화감독, 그리고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내용을 주제로 하고 있기에 영화과를 재학 중인 나로서는 굉장히 흥미롭게 읽었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신혼여행지의 이색 체험으로 호랑이 만지기를 하게 되는데, 이것과 주인공의 심리를 연결시키는 점은 신박하면서도 명확한 연결고리를 잘 잡아냈다고 느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라면 결국 메인 스토리가 다소 성가시게 일단락되어버린다는 점? 뭔가 이야기가 재미있어 지려는 찰나(그러니까 갈등이 본격적으로 점화되려는 것처럼 하더니) 시간의 시점이 넘어가버려서, 결국 이야기가 흐지부지 마무리되는 느낌도 받았다.
스무드
상당히 신선한 소재의 이야기였다. 오늘날 한국의 세대 간 갈등, 정치적 갈등을 마치 신처럼 보는 제3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니 고정적이고 편협하게 보였던 것들이 뭔가 다르게 보이는 점이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우리에겐 해결해야 할, 어쩌면 전혀 해결될 수 없을 것 같기도 하고, 극단적으로 말하면 해결할 수 없는 그러한 현상들이 주인공의 시선으로 보면 그저 한없이 인정 많고 푸근한 감상으로도 느껴질 수 있겠다, 싶었다.
혼모노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가짜인지, 진짜 같은 가짜는 과연 진짜인가 가짜인가. 이런 화두를 던지는 내용이다.
내용 자체는 흥미로웠다. 이 좋은 소재로 더 좋게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사실 나도 뭐가 안 좋은지 몰라서 이렇게 적는다…)
그래도 마지막 문장은 나름 썩 괜찮은 충격이었다..
주인공이 진짜 빙의가 돼서 한 말인지, 아니면 정말 극도의 진짜 같은 경지에 올라선 자신이 한 말인지.
구의 집: 갈월동 98번지
과거 독재정부 시절 국민들을 고문하기 위해 만들어질 건물을 설계하는 건축가 스승과 제자의 이야기이다. 아무래도 실제 역사적 사실과 사건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이다 보니 읽으면서 몰입은 잘 되었다.
대체적으로 작가가 실제 있는 현실을 바탕으로 그 틈새에 픽션을 끼워 넣는 서술을 잘 하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읽으면서 몰입이 잘 되고 술술 읽히는 것 같기도.
아무튼 정부로부터 고문용 건물을 의뢰받은 교수가 자신의 말을 잘 들을 고분고분한 제자를 골라 함께 건축을 계획해간다는 골자의 내용인데, 제자가 스승의 가르침대로 건물 설계를 돕는데, 점차 극단으로 치달으며 숨겨진 광기와 인간성이 결여된 건축 의도가 드러나게 된다.
자신의 명예와 신의를 높이기 위해 제자를 이용해먹으려던 스승은 결국 이 교묘하고 치밀하게 인간의 모든 희망과 고결함을 짓밟는, 철저히 인간성이 결여된 건물을 만들어 낸 괴물의 탄생이라는 엇갈린 결과를 내놓게 되었다.
그래서 결국 설계도 안에서 자신의 이름을 제하고 조수인 제자의 이름을 넣게 된다.
교수와 제자의 갈등이 서서히 부각되는 것과, 제자의 엇갈린 성장에 교수가 두려워하는 모습 등 역사의 큰 흐름 속에서 떠밀려갈 수밖에 없던 두 인물의 모습이 서로 대비된 모습은 흥미로웠다.
하지만 역시 여기서도 소재가 좋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결국 두 인물의 깊은 내면까지는 도달하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쉽다. 제자의 내면이나 심리가 더 전달되었으면 좋았을 텐데. 역시 이 작품도 이야기를 하다가 만 느낌이었다.
(나누어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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