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여름 아마도 자율학습시간이었던 것 같다. 영화광은 커녕 지금도 극장은 하나뿐인 섬동네에 공포영화페스티벌이 열렸다. 종일 무료로 공포영화들을 상영해주는데 처음엔 여럿이 가다 결국은 나 혼자 남았다. 그날은 월하의 공동묘지를 상영하는 날이었다. 에어컨 바람이 얼마나 차갑던지 팔만 문지르다 결국은 상의에서 팔을 빼 몸판에 붙이고 있었을 정도. 공동묘지에서 귀신들과 씨름하다 동굴에서 나오니 아무도 없는 아주 한낮, 생명력이 훅 끼치는 풀냄새가 나다가 바다 냄새가 나다가 드물게 자동차가 한대 휙 지나갔다.
섬의 여름은 대체로 코발트빛인데 난 이상하게 여름하면 그 깜깜한 상영관이 불쑥 먼저 떠오른다. 너무 추워서 영화의 내용은 거의 기억나지 않아서 3점. 지금 생각해보건데 영화광이 아니고서야 개최할 수 없었을테니 대단한 영화광이 있었으나 관객은 드물었던 동네라고 해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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