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sh – 취향의 기록과 축적, 연결
P.103 달린다는 것은 뭐랄까, 몇 초 전의 나를 끊임없이 뒤에 두고 오는 일 같았다. 아주 조금씩이지만 그걸 반복해 나가면 결국 어느 순간 과거의 나와 전혀 다른 내가 되어 발 앞의 공간으로 내뻗어질 수 있는 거였다. p.111 실패하든 성공하든 뭐가 됐든 좋으니 일단 가 본 다음에, 그게 맞았는지 아니었는지 이야기해야지. (민음사 북클럽 에디션 버전으로 읽음.) 3개의 단편 속 주인공들의 현실은 슬픔이었다. 나의 현재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인정받지 못해서 슬프고,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해서 슬프고, 꿈 없이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가느라 슬프고. 그런 주인공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슬픔을 극복한다. 무해한 이상함을 나누며, 지난 감정을 지우고 다시 사랑을 하며, 무릎 속 외계인과 달리기를 하며. 지극히 현실적이기도 엄청난 판타지적이기도 한 이야기 곳곳에는 우리의 모습이 녹아들어 있다. 그래서 응원하게 된다. 그들이 어떤 선택을 하든, 슬퍼하지 않고 행복하기를 바라게 된다. 민음사 혜진 편집자님의 무릎 속 외계인 이야기가 무척 흥미로워서 더 기대했던 책이었는데,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문장도 구조도 다 너무 좋았다. 재미있기만 할 줄 알았는데 조금씩 애달파서 여운도 오래 남고, 이유리 작가님도 궁금해졌다. 우선은, 이 단편들이 수록된 『 비눗방울 퐁』을 얼른 사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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