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지면 알아볼 수 있다는 말
나는 당분간을 핑계 삼아 도망갔어
붙여놨던 음표는 접착력을 잃었고
언젠가부터 거슬렸던 침묵
너를 처음 만날 날
너는 금방이라도 달아날 준비를 마쳤지
조금만 가도 더 깊어져 버려서
내려다보면 사라져버린 줄 알았는데
나랑 꼭 눈이 마주쳤잖아
빛을 보여주고 싶었어
너보다 겨우 위에 있었지만
자리에서 벗어날수록
지나온 곳을 되돌아보는 너
너의 집이 아주 과거가 될까 봐
나는 유유하는 침묵에게 음표를 붙여
너와 나, 나란해졌던 날
우리가 되었지
어디가 끝인 줄 모르는 곳에서
우리의 끝도 알지 못할 거라는
빛이 드는 곳은 선명해서
더 투명하게 이름을 불렀잖아
가끔은 희미해질 때도 있어야 했는데
처음으로 떨어졌던 음표
빛을 피해 찾아갔던 그림자
그림자 밑으로 숨는 게 오히려
네가 그림을 그리자고 하면
나는 하나로만 닳는 색이 되고
네가 노래를 부르자고 할 때면
떨어진 음표가 늘어나길 바랐어
이제 그만 우리를 멈추자
헤엄쳐서 멀어지고 멀어지고
또
나는 멀어지는데
너는 왜 제자리에 있는 거야?
까치발을 들어도 네가 보일 때
억지로 떼어낸 음표가 주머니에서 나올 때
나의 부박함이 수면 위로 올라가고 있다
멀어지면 알아볼 수 있다고 했던 말
빛을 보여준 건 너였어
나의 집이 아주 과거가 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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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해어라는 제목으로 썼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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