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시절 마이너한 문화적 취향을 갖고 있던 친구의 누님. 누님의 소장품들을 나와 몇몇 친구들은 호기심을 삐죽거리며 소유주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무단으로 빌려가거나 점유하거나 했다(너무 죄송…). 그 때 그 때 저마다의 느낌대로 선택한 시디를 돌려듣거나 하며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를 더듬거렸다. 저마다의 취향과 저마다의 감수성은 같은 작품에도 다른 정도와 깊이로 반응했을 것이다. 어느 늦은 저녁 집 근처 놀이터에서 여느 때처럼 모여서 하릴없이 젊음을 낭비하던 그 때, 친구가 이상한 음악이라며 건네준 시디피와 이어폰을 귀에 꼽는 순간 모든 것은 옳게 자리했고, 나는 고개를 들어 저 멀리 검흑한 밤바다로 빨려들어가며 그 길로 잠시간 우주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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